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전혜성의 '가치 있게 나이 드는 법'을 읽고

비평과 후기

by 전하진(全夏辰) 2020. 9. 3. 09:44

본문

요즘 세상에서는 그리 많지도 않은 나이인 육십 고개를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끔 노후 생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일년 반이 지나면 정년을 맞게 되니, 빠른 속도로 노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이 시기에 과연 나의 노후는 어떤 모습으로 꾸려나가야 하나? 이런 물음을 갖고 있던 차에 자녀 교육의 신기원을 이룬 전혜성 여사가 지은 ‘가치 있게 나이 드는 법’을 읽게 되었다.

신문 기사나 여러 경로로 이미 전혜성 여사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었지만, 여든 하나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놀랍다. 해방 직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우리나라가 전쟁에 휩싸여 있던 탓에 귀국하지 못하고 그냥 눌러앉아서 결혼하고 6남매를 낳아 길렀다고 한다. 

인종에 대한 편견이 심한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의사 아들과 미 행정부 차관보급의 두 아들을 키운 여사의 성공은 평소의 사명감과 가치관의 소산이다. 이 책을 통해 여사는 평생의 신념으로 지니고 있던 삶의 원칙과 주변 사람들의 가치 있는 노년 생활을 피력하고 있다. 어떻게 노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하던 차에 여사의 솔선수범은 내게 많은 깨우침을 주었다.

여사는 평생 지키려고 노력한 세 원칙으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직함,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삶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내세웠다. 자신과 남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며 늘 반성하는 삶이 오늘의 여사를 만들었다고 본다. 진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그만큼 힘들지만 가치 있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멀고도 어려운 길에서 소위 성공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전혜성 여사는 인생은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길이라며 우리 모두는 세상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최선을 다하여 이루어 놓은 나의 가치가 곧 세상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가족주의 내지는 집단이기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 남이야 어찌 되든 내 자식만 잘 되고 우리 집만 잘 살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너무 젖어 있다. 최근에 서울 강남의 유명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소동은 상대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데서 오는 갈등인 것이다. 미국식 교육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바로 사회에의 기여를 어릴 때부터 몸으로 체득시키는 것이 아닐까?

노후 생활을 가치 있게 보내는 지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마도 살아온 날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사명감이라 할 수 있다. 여사도 사명감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고 했다. 삶의 진정한 목표가 없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허전할 것이고 삶의 방향이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을 것이다. 

풍부한 삶의 기본은 평생 공부하는 마음가짐과 목적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아닌가 한다. 마지막까지 현역으로 남고 싶다는 여사의 소망을 보더라도 나이는 그냥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불가능한 것에의 도전이 인생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것이고 어느 정도 앞날을 예측하고 심지어 죽음도 계획하여야 한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자신의 삶에 자신이 없다는 반증이다. 내일 당장 죽음이 내 문 앞에 다가오더라도 두려움 없이 인생이라는 소풍을 잘 즐기며 간다는 자신감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웰빙(Well-being)도 중요하지만 웰다잉(Well-dying)에도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않는 비결이다. 물론 그 사랑이 애착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되어서 자식을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최상의 사랑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나친 교육열의 병폐가 너무 크다. 맹목적인 일류대 지향이 낳은 명문대생의 자살 증가는 비극적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이다. 노년을 열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도 건강한 몸이 최우선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됨을 감사하며 늘 마음이 가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이 가치 있는 노년의 삶이라고 여사는 강조하였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주변을 간소화하고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즐거움을 만끽해야 한다.

'비평과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힐링 드라마  (0) 2020.08.24
은교 후감  (0) 2020.08.22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