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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여행기

여행 이야기

by 전하진(全夏辰) 2020. 8. 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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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여행은 처음이다. 말레이시아는 역사적으로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거주해 왔지만 현재의 국가 형태로 세워진 것은 불과 반세기 전이다. 2,3세기경에는 조그만 부족 국가들이 있었으며 인도의 모험가들이 말레이반도에 당도한 이래 1,000년 이상 인도의 영향을 받다가, 1400년경 수마트라 추방자들이 도시 국가 말라카를 세우고 중국의 보호를 받기 시작했다.

상업과 이슬람교의 중심지로서 황금기를 맞았던 말라카는 1511년 포르투갈에게 점령당한 이후 네덜란드, 영국 등의 식민 지배를 거치다가 19세기 후반부터 중국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때에는 한때 일본이 점령하였으나 대전 후에는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1957년에 말레이의 독립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1963년에 마침내 현재의 말레이시아 국가가 완성되었다. 정치적으로는 2018년 총선에서 61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 교체를 이룰 정도로 그동안 강력한 집권 체제가 통치를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월 9일부터 13일까지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를 다녀왔다. 보루네오 섬 북서부에 위치한 코타키나발루는 영국의 식민 지배로 인해 말레이 반도와 함께 말레이시아로 편입되었다. 위도상 적도에 가까워 연중 날씨가 고르고 세계 3대 석양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황홀한 석양의 섬'이자 동남아의 숨은 파라다이스인 코타키나발루는 겨울 휴양지로서는 최적의 여행지이다.

코타키나발루에서 바라본 가야섬과 참치 조각상 로터리

[첫째 날]

대구에서 코타키나발루 직항이 사라져서 서울역까지 열차를 타고 다시 인천 공항까지는 공항 직통 열차로 이동했다. 오후 6시에 출발하는 항공편이라 코타기나발루 현지 시간으로는 밤 11시 30분경에 도착했다. 한국과는 1시간 빠른 시차라 크게 무리는 없다. 국제공항이라 하지만 규모가 대구 공항쯤 되는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해서 그랩을 불러 예약해 놓은 머큐어 호텔로 향했다. 제셀톤 선착장 바로 옆이라 셋째 날 호핑 투어 가기도 편할 것 같았다. 트윈 룸 두 개가 있는 객실이라 4인 가족으로는 딱 안성맞춤이다. 저가 항공이지만 간식 정도는 나와서 요기를 했지만 호텔에 도착해서는 가져온 컵라면과 과일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머큐어 호텔 수영장에서 바라본 바다와 호텔 객실에서 내려다 본 제셀톤 선착장

[둘째 날]

어제 늦은 밤에 도착해서 오늘 아침은 좀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호텔 조식을 선택하지 않고 현지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우선 제셀톤 선착장에 가서 내일 체험할 호핑 투어를 예약했다. 그리고는 아침과 점심을 겸해서 호텔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유잇청으로 걸어가서 쌀국수와 샌드위치를 맛나게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기대했던 꼬치는 마침 메뉴에 빠지는 금요일이라 아쉽게도 맛볼 수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해안가로 죽 내려가니 필리피노 마켓이 나왔다. 온갖 열대 과일들과 먹거리들이 엄청 큰 건물 아래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코타키나발루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필리핀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나, 지금은 과일에서 채소류뿐만 아니라 수산물까지 취급하는 상당히 큰 시장이 되어 있다. 밤이 되면 이곳이 그 유명한 야시장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하니 야간에 한번 와 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몇 가지 과일을 사서 먹고는 그랩을 불러 머큐어 호텔로 돌아왔다.

유잇청에서 맛본 쌀국수와 샌드위치, 필리피노 마켓의 과일들

오늘은 미리 예약해 놓은 봉가완 동막골 투어(원숭이 체험, 해변가 석양 관람, 반딧불 구경)가 있다. 오후 2시 넘어서 호텔에서 출발한 승합차로 1시간 반 가량 달려서 도착하니 투어 출발점이다. 간단한 저녁을 먹은 후에 배를 타고 상류로 올라가서 현지 정글에서 야생으로 살고 있는 원숭이를 배로 유인해서 직접 바나나를 건네주는 체험을 했다. 원숭이들은 이미 많은 관광객들로부터 단련이 되었는지 겁도 없이 배에 올라 바나나를 빼앗듯이 잡아채서 열심히 까먹는다. 다시 하류로 내려가서 일몰 시간에 맞추어 해변가로 가니 석양이 지고 있다. 날씨가 흐려서 유명한 석양 노을은 볼 수가 없었다. 다시 돌아오는 길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강가에 자생하는 맹그로브 나무에만 서식하는 반딧불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마냥 반짝거리고 있었다. 배를 모는 가이드의 불빛 신호에 따라 수많은 반딧불들이 배로 몰려들어 반딧불 잡이도 가능했다.

파파르 바닷가 석양과 야생 원숭이 체험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넘었다. 피곤한 몸이지만 근처 가야 거리에 있는 야시장을 둘러보았다. 일요일에는 7일장인 선데이 마켓이 열리지만 야간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로 넘치는 야시장이 되어 있었다. 밴드 공연도 여러 군데서 행해지고 있어 활기가 넘쳤다. 망고 주스를 먹으며 구경하다가 주꾸미 볶음과 면 종류의 야식을 주문해서 먹어보니 별미였다. 오는 일요일 낮에는 선데이 마켓도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걸어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몇 가지 음식들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가야 거리의 트리 장식물과 야시장 풍경

[셋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정리해서 캐리어는 머큐어 호텔에 맡기고 제셀톤 선착장으로 갔다. 어제 예약해 놓은 호핑 투어를 위해 마무틱섬으로 20여분 배를 타고 가니 간이 선착장과 해안이 나왔다. 한국은 겨울인데 한여름 백사장처럼 관광객들로 붐비는 해안이 낯설었다. 시워킹(sea walking)을 하러 다시 배를 타고 가서 산호섬 주변에 도착했다. 상당한 무게의 수중 헬멧을 쓰고 바닷속을 구경하는 이색적인 체험이었다. 그림으로만 보던 니모도 보이고 각종 열대어들이 몰려다니는 장관도 물 속에서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다시 마무틱섬으로 돌아와서 애들은 패러세일링(parasailing)하러 가고 우리는 스노클링(snorkeling)으로 바닷속을 들여다보며 해수욕을 즐겼다. 얕은 바다인데도 팔뚝만한 고기들이 몰려다닌다. 오후 3시 배로 돌아가기로 예약이 되어 요기도 할 겸 해안가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뷔페식당이 여러 군데 있었지만 이미 영업이 거의 끝나고 있어서 주문이 가능한 레스토랑을 갈 수밖에 없었는데, 의외로 현지 음식이 다양하게 메뉴에 있어 몇 가지 시켜서 먹어보니 상당히 괜찮았다.

마무틱섬에서의 스노클링과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비가 간간히 뿌리는 바닷길로 다시 제셀톤 선착장으로 돌아와서 머큐어 호텔의 캐리어를 찾아 그랩을 불러 힐튼 호텔로 향했다. 어렵사리 두 개의 룸이 연결된 커넥티드 객실을 배정받아 짐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 저녁은 힐튼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웰컴시푸드 레스토랑에서 해산물 요리로 만찬을 즐겼다. 새우와 오징어 요리, 칠리크랩과 볶음밥 등으로 푸짐한 저녁을 맥주와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저녁을 마친 후에 산책도 할 겸 어제 낮에 다녀왔던 필리피노 야시장으로 그랩을 불러 다시 갔다. 밤이 되니 차량도 엄청 많고 온통 관광객들로 붐비는 시장통 그대로였다. 물건을 파는 가게뿐 아니라 식당이 제법 넓게 차지하고 있어 망고를 좀 사고 커피와 주스 등을 마시고는 그랩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웰컴시푸드 레스토랑에서

[넷째 날]

힐튼 호텔 조식은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조식 후 루프탑 수영장으로 올라갔다. 전망은 머큐어 호텔 수영장보다는 못하지만 물이 너무 깨끗하고 맑았다. 마치 청정수에 담긴 기분으로 수영을 즐겼다. 호핑 투어 때 수영하다가 짜디 짠 바닷물을 먹은 기억은 별로였는데 힐튼 수영장 물은 소독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아 너무 좋았다. 11시쯤 호텔에서 나와 그랩을 불러 선데이 마켓으로 갔다.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시장을 누비며 파인애플 생 주스를 마시며 구경하다가 그랩을 타고 이마고몰로 향했다. 택시보다 저렴하면서 목적지를 따로 얘기할 필요가 없는 그랩이 너무 편리하다. 이마고몰은 신흥 아파트 단지에 있는 백화점 같은 곳으로 마치 한국의 어느 중소 백화점에 온 분위기인데 중국풍이 너무 물씬 풍긴다. 중국인들이 많이 오는 모양이다. 점심을 해결하려고 푸드 코너를 돌아다니다 우리나라의 아웃백과 비슷한 어퍼스타(upperstar) 레스토랑에서 양식 비슷한 걸로 주문해서 먹었다. 그런대로 우리 입맛에 맞아 먹을 만했다.

선데이 마켓과 이마고몰

저녁 석양을 볼 시간이 많이 남아 그랩을 불러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시내 외곽지의 핑크 모스크로 향했다. 사바 주립대학교 구내에 있는 핑크 모스크는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온통 핑크빛으로 단장한 사원 건축물들이 여간 예쁘장한 게 아니다. 한참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은 후에 그랩을 불러 탄중아루 해변으로 석양을 보러 갔다.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블루 모스크가 보여 한 컷 찍었다. 탄중아루 해변에 가니 날씨가 계속 흐려서 급기야 간간히 비까지 뿌리는 탓에 그 유명한 세계 3대 석양지에서의 황홀한 노을 구경은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이마고 몰 식료품 점에서 선물용 망고를 좀 샀다. 마땅히 저녁 먹을 데가 없어 호텔 룸서비스로 몇 가지 요리를 시켜 먹었다. 낮에 사 온 맥주와 컵라면까지 곁들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핑크 모스크의 외관
블루 모스크와 허망한 탄중아루 석양 장면

[다섯째 날]

오후 1시 반 출발 비행기가 필리핀의 타알화산 폭발로 항로가 변경되어 40분 지연된다고 연락이 왔다. 느긋하게 아침 조식을 먹고 호텔에서 충분히 휴식하고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출국할 때와는 달리 상당히 큰 항공기에 승객들도 많았다. 저녁 8시경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저녁 9시발 동대구행 공항 리무진으로 돌아오니 자정이 넘어 집에 도착했다.

힐튼 호텔의 조식과 하늘에서 바라본 석양

[마무리]

이슬람 국가의 하나인 말레이시아의 휴양 도시 코타키나발루에서의 4박 5일은 그야말로 힐링 여행이었다. 특별한 스케줄 없이 자유롭게 내키는 대로 구경하기도 하고 체험도 하는 겨울 휴양지로서는 최적이다. 말레이시아를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다는 MM2H (malaysia my second home) 프로그램에 자격이 된다면 신청해 보고 싶다. 사시사철 여름을 만끽하면서 저렴한 물가에 청정한 공기가 덤으로 주어지는 코타키나발루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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