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서양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만물의 요소를 흙과 공기와 물과 불로 보았다. 다시 말하면 동양의 지(地), 풍(風), 수(水), 화(火)에 해당된다. 서양의 정령(精靈)과 동양의 사신(四神)이 공간을 넘어 함께하는 것이다. 대지의 정령은 현무와 통하고, 바람의 정령은 백호라 하고, 물의 정령은 청룡이며, 불의 정령은 주작이라 부른다. 이처럼 바람은 만물의 기운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재하는 존재이다. 바람은 세상의 처음과 함께 한 존재이기에 자연의 오묘한 섭리가 담겨 있다. 노자에 천지는 불인(不仁)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자연은 무정하고 인지상정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바람이 바로 그러하다. 바람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기운을 제공하지만, 가끔은 세찬 폭풍우를 몰아쳐 생명을 앗아가기도..
에세이 마당
2020. 8. 16. 16:53